[보도자료]
이정희 대표, 세월호 참사 관련 광주시민궐기대회 연설
“광주의 횃불을 들어 무능거짓정권을 심판합시다.”
2014년 5월 8일 오후 8시 30분
광주 금남로
밤이면 조명탄 불빛이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를 비춥니다. 팽목항까지 퍼져오는 불빛이 바다에 뛰어들면 손에 잡힐 것만 같습니다. 헤엄쳐 가서라도 배 안에서 내 아이 데리고 나오고 싶은 어머니의 절규하는 마음, 그 밤바다에 서니 비로소 알 것 같았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온 것인가, 바다를 바라보며 곱씹었습니다. 제 큰 아이가 열일곱살입니다. 세월호에 탄 열여덟 아이들과 또래이지요. 40대 중후반일 그 어머니들과 저는 또 한 또래입니다. 나는 무엇을 했던가,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노라 제 딴에는 동분서주했건만, 아직도 돈이 제일인 세상,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는 무능한 나라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더니, 결국 우리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차라리 우리였으면 좋겠는데 결국 우리 아이들이 희생당했구나. 우리는 한 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되나봐, 여기까지 인가봐, 우리가 저마다 좌절하고 무력감에 빠져 물러서있는 동안, 이 매정한 세상이 우리 아이들을 우리로부터 빼앗아갔구나, 깨달았습니다.
나는 어떤 엄마였던가, 생각하니 참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는 저보다 키가 훌쩍 커버린 제 아이에게 저는 매일같이 늘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험한 세상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만 했지, 정작 이 아이가 언제 어디를 가든 어른들이 사회가 나라가 너를 지켜줄 수 있다고 안심시킬 수 있는 세상은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을. 그 통곡의 바다에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진보정치의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 또래의 그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로서, 바다 속에서 잠든 아이들에게, 또래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엄마로서 나는 할 일을 다 했는가, 엄마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제가 오늘 드리려는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침몰했다는 속보에, 우리는 당연히 군과 경찰과 소방구조대가 비상출동해 아이들을 구하리라 기대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던 사고 직후 며칠 동안, 대한민국의 최신장비와 정예요원들이 즉시 구조에 나설 것이라 기대했고 그런 정부 발표를 믿었습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그 정도는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500여명이 탄 세월호에 간 해경의 구명보트는 단 한 정이었습니다. 도착 후 37분이나 시간이 있었는데도 해경은 배 안의 아이들에게 탈출하라고, 나와야산다고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해경을 눈앞에 보면서 죽어갔습니다. 수중 구조 작업은 첫 이틀 동안 아예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던 정부 발표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다음 날 진도에 와서 바뀐 것은 체육관에 대형 브라운관 하나 설치된 것뿐이었습니다. 총리는 분노한 가족들의 청와대 행진을 막는 방탄 총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구조에는 더 할 수 없이 무능한 정부가 가족들을 감시하고 국민의 입을 막는 데는 놀랄 만큼 유능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깊이 회의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것이 나라인가! 이 무능한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돈이 제일인 세상, 돈에 눈이 어두운 부도덕한 기업과 그에 기생하는 더러운 정치가 이 사고를 만들어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목숨을 살리기보다 기관마다 영역 다툼 하고 절차를 따지다 시간 끄는 정부, 일분일초를 다투는 구조보다 윗사람 수발들기가 최우선인 정부가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주범임을,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치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언론을 동원해서 거짓말을 거듭하며 책임을 회피하려한 비열한 존재가 바로 이 정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데 지치고 실패해서 주저앉아 있는 사이, 대한민국은 무분별한 이윤추구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정부의 타락은 극단까지 치달았다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서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마로서 두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수 백 명 잃고도 또 다른 아이들을 또 그렇게 잃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이 현실이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저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엄마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당하지 않은 것 다행이라 여기는 것, 너무 미안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대한민국을 그대로 물려주는 것은 너무나 미안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바다에 서서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주는 것이 엄마 아니던가요. 그렇지 않나요? 그런가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는 것이 부모 된 책임 아니던가요. 그렇지 않나요? 제대로 된 세상,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 아닙니까? 맞습니까 여러분?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엄마이고 아빠이기 때문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이미 사고 20일이 훨씬 지나서 얼굴 알아보는 것조차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우리 아이들을 대통령이 직을 걸고 부모님들께 하루빨리 데리고 올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요구합니다. 모든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정조사, 특검, 미루지 말고 즉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히고 모든 책임 있는 자들을 엄히 처벌하기를 요구합니다.
또한 요구합니다. 이 총체적 무능과 거짓을 만들어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모든 무능과 거짓에 대해서 책임지기를 요구합니다. “부모님들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던 대통령의 말이 정확히 대통령 자신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정부의 무능과 거짓의 맨 얼굴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물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제가 더 대통령을 해도 되겠습니까? 용서해주시겠습니까?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국가의 대통령의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마땅히, 이 무능과 거짓의 최종 책임자가 물러나지 않고서는 대대로 이 나라를 지배해온 세력이 쌓아놓은 적폐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 책임자인 대통령을 그만두게 할 권한을 가져야 맞습니다. 이것이 민주국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서 대통령에게 잠시 통치의 권한을 위임했을 뿐인 국민이 가지는 본원적인 권한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민주국가 국민의 권리 아닙니까.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말할 수 있고, 책임지지 않는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당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용서해달라고 말해라, 당신의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하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민 아닙니까. 저는 그런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마음도 그러하십니까? 우리 모두 한마음입니까?
바다에 잠긴 박수현 군이 육지의 우리들에게 보낸 영상에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나가고 싶다고 아이들이 말합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이 되풀이됩니다. 가만히 있으라. 이 말이 우리 아이들의 탈출을 막았습니다.
무분별한 이윤추구와 무능과 거짓의 정부 때문에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에서 우리는 이제 뒤늦게나마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하려고 합니다. 이런 세상은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이런 정부 이런 대통령은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와 똑같습니다. 선장이 장악한 선내방송이 시작됐습니다. “순수하게 추모하는 줄 알았더니 왜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 “사건을 악용해서 대통령을 흔들려는 종북세력의 책동이다”, 이 모든 말들, 한 마디로 바꾸면, 결국 이것 아닙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겁니다. 우리 아이들을 수장시켰던 그 말과 똑같은 말들이 지금 대한민국호에서 방송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킨 주범이 바로 비열하고 무능한 정치였습니다. 그렇다면 정치를 바꿔야, 이런 정치를 해온 세력이 물러나게 해야 다른 아이들이라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울기만 하라구요. 매일매일 울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이 배 안에서 비판하지 말고 행동하지 말고 울기만 하라구요? 순수한 추모를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갈라놓고 잠재우려는 기득권 언론, 종북여론몰이로 지방선거 이겨보겠다는 새누리당, 저는 바로 이 기성의 기득권언론과 새누리당이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는 정작 자신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현금과 핸드폰까지 다 챙겨 달아난 세월호의 선원들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시민 여러분, 가만히 있지 맙시다. 우리 아이들을 양 손에 잡고, 탈출합시다. 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민주시민 여러분, 우리가 저 거짓 방송을 이기고 일어서야만 우리 아이들이 살고 대한민국이 삽니다. 5.18 민중항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은 광주시민 여러분, 광주의 횃불을 들어서 무능 거짓 정권을 이제 심판합시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우리의 민의를 투표로 보여줍시다.
마지막 이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기적 같고 운명 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는,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마음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부모로 살아가도록 운명 지워진 우리들, 부모로서 책임을 이제 누구에게도 미루지 맙시다. 포기하지도 맙시다. 저 또한, 이 운명과 책임을 미루지도 포기하지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맨손이라도 나서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엄마로서 살아가는 길이고 여러분과 함께 가고 싶은 진보정치의 길입니다.
우리 아이들, 바다 속에서 스러진 우리 아이들, 정말 사랑하고 죄송합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 잃지 않겠습니다. 우리 손으로 함께 지킵시다. 고맙습니다.
2014년 5월 8일
통합진보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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