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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전 글/보도자료-성명서-언론

[언론]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한다

 

[기고문 - 민중의소리]

화가 난다.

동두천에서 10대 소녀가 주한미군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이 알려진 후 국민적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서울 마포에서 또다시 10대 소녀가 주한미군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리고 다시 용산에서 미군 자녀들이 소위 말하는 퍽치기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련의 사건 모두 한국 경찰이 구속 수사를 하지 못하였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 정부의 대응이다.

동두천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했지만, 한국을 방문한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커트 캠벨 차관보는 일련의 미군범죄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전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캠벨 차관보의 반복되는 사과가 아니라 군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원한다.

2002년 6월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그날 자신의 생일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서 친구와 길을 걷던 중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11월 미군 당국은 미2사단 군사법정에서 장갑차 운전병과 선임병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들만의 재판이었다. 우리는 수십만 수백만의 촛불이 되어 그들만의 군사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했고,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였다.

2007년 1월 60대 할머니가 새벽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거리에서 만난 주한미군에게 무참하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고, 4월 20대 여성이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 올해 2월에도 70대 할아버지를 폭행하여 기절하게 하고, 부인 60대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도망친 미군도 있다. 9월 주한미군에 의한 두 건의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과 미군 자녀들의 집단 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잔인하고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을 접하면서도 불평등한 SOFA 때문에 경찰이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이는 미군인뿐만 아니라 미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민간인들에게도 적용되어, 한국인을 집단 폭행한 뒤 달아난 미군 자녀들에 대해 경찰이 구속수사를 하지 못하고 미헌병대에 신병을 인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을 통솔하는 최고 지휘관으로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책임있는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지역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의 임시 외출금지 정책은 책임있는 조치라고 하기 어렵다. 2001년 이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미군범죄는 감소추세에 있었다. 지금 미군범죄가 급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이 21세기 들어 벌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시민권 부여, 학자금 부여,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해준다며 무분별하게 군인들을 모집했던 정책과 연동된다. 게다가 참전 후유증은 미국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며칠 전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퇴역 미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4%가 퇴역 후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웠으며, 37%가 참전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2명 중 1명 꼴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치유와 회복 없이 해외 군복무를 한다는 건, 군인에게도 현지 민간인에게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수년전부터 부대 내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성희롱과 성범죄에 대한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역사 문화에 대한 미군 교육 정책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불평등한 한미 SOFA 개정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미군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우리는 불평등한 한미 SOFA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2001년 한미 SOFA가 개정된 이래 지난 10년동안 4,618건의 SOFA 사건이 발생하였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인의 수는 3,644명에 이른다. 하루에 한명꼴로 미군이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한국 경찰이 현행범으로 미군을 체포하지 못하면 구속 수사할 수 없는 SOFA 조항으로 인해 미군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부대안으로 도망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조항은 미군이 재판권을 관할하지 않는 미군 자녀들에게까지 적용되어 한국인들이 겪는 피해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에 경찰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여 한미 SOFA의 형사재판권 조항에 대한 전면 개정을 촉구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책임있는 조치에는 불평등한 한미 SOFA 개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10월 13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가 없는 한미동맹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통해 연이은 주한미군 성폭행 사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한미 SOFA 협정 개정이라는 내용이 성과 목록으로 올라와 국민들에게 보고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오늘(10일) 새벽 존슨 미8군 사령관이 전투복 차림으로 이태원 거리를 순찰하면서 술집에 들어가 미군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은 신원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달간 임시 시행하기로 한 야간 외출금지 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는 미군 당국의 일방주의를 재차 보여주는 것이다.
이태원이 그들의 치안 구역인가? 전투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외국인들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부여했는가?

야간외출금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 지는 해당 부대에서 점검하고, 이를 어기는 주한미군을 엄하게 징계하는 것이 사령부가 할 일이다. 이태원 등 미군들이 주로 다니는 거리에서 순찰업무를 시행하는 건 한국 경찰의 몫이다. 우리 경찰의 순찰과 신원확인에 미군들이 응하도록 협조해야 할 미군 당국이, 새벽에 장사하는 술집들을 드나들고 외국인들을 상대로 신원조회를 하겠다는 건 명백히 지역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태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관할하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주한미군사령부에게 상기시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