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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본회의장에서 최루탄 던진 김선동, 그가 원한 건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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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에서 최루탄 던진 김선동, 그가 원한 건 ‘눈물’이었다
[인터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김선동 의원은 한미FTA 날치기 현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으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받은 그가 막상 현장에서 원한 건 목숨도 피도 아닌 ‘눈물’이었다. 

장차 서민들의 ‘피눈물’을 받아내게 될 한미FTA를 기습적으로 통과시키려 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얼마 안 가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될 텐데 그걸 강행처리하려면 최소한 억지로든 어떻든 웃는 낯으로는 통과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골똘한 생각이었다. 대신 그는 어쩌면 빼앗기게 될 수도 있는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걸었다. 

“FTA는 필수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기습처리한 22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선동 의원을 만났다.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몸싸움과 최루탄 투척 과정에서 최루가루를 덮어썼던 그는 세수를 하고 옷도 갈아입고 차분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눈이 여전히 붉게 충혈 되어 있었던 것만 빼면. 


- 왜 최루탄을 던졌나 
= 마음으로야 폭탄이라도 던지고 싶었다. 지난번에 한나라당이 한-EU FTA를 통과시킬 때 그들은 웃었다. 야권의 반대를 뚫고 해냈다는 거다. 그러나 (한미FTA가 발효되면) 얼마 안 가 서민들 눈에는 피눈물이 흐를 텐데, 그걸 이번에도 웃으면서 해치우게 둘 수는 없었다.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요구하려면 거짓으로라도 울면서 해야 인간이다. 너희들도 한 번 울어보라는 거다. 그들이 울면서, 그것이 마음이 아파서가 아니라도 최소한 최루가스 때문에라도 눈물을 흘리면서 하라는 의미였다. 

- 최루탄이 터지고 잠시 혼란에 빠졌다가 다시 본회의가 속개됐다. 결국 강행 처리가 되었다 
= 솔직히 오늘은 통과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 아수라장에서 강행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 그걸 보면서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지배권이 한나라당에 있다면 그렇게 (최루탄에) 울면서까지 처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러면 누가 진정한 지배권을 갖고 있다는 건가 
= 한미FTA로 이익을 보는 세력들. 한국의 독점 재벌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 그리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미 제국주의가 그들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들의 행동대원일 뿐이다. 

- 진보진영이 개방 자체를 반대하는 ‘쇄국주의’라는 비판도 많다 
= FTA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어느 나라랑 하느냐, 어떤 FTA를 하느냐가 모두 선택사항이다. 우리는 무역 자체를 활성화하는 데 찬성한다. 반대할 수 없는 국제 관계가 있다. 하지만 FTA는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FTA는 안 해도 되는 걸, 해서는 안 되는 걸 하는 거다. 한미FTA 안한다고 한국이 망하지 않는다. ISD 없는 한미FTA는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사법주권, 경제주권을 내어주면서 (한미FTA를) 할 이유가 없다. 

“서민들 삶이 무너지는데 내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그게 대수인가”

김선동 의원은 올해 4월27일 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선거 시작 당시 인지도가 매우 낮았던 김 의원은 야권단일후보로 선정돼 쟁쟁했던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를 큰 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그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처음으로 한 말은 “죄송하다”였다. 이렇게 될 줄 미처 몰랐고, 한미FTA를 결국 처리하도록 허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본회의장에서 그는 윤봉길 의사를 떠올렸다고도 했다. 

- 주위에서는 어떤 반응인가 
= 잘 모르겠다.

- 사실 오늘 야당, 특히 민주당은 무력했다. 한나라당의 계획을 모른 것은 물론, 현장에서도 무기력한 항의밖에 못했다. 
= 저는 민주당이 정말로 몰랐기를 바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마음은 같다. 

- 한나라당이 오늘 강행 처리를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나? 
= 오늘 기습 처리를 할지는 몰랐다. 여야가 합의하에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최소한 예산안 처리(12월2일) 이후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나라당에게 그런 걸 기대한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 언제쯤 상황을 파악하게 된 건가 
=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경위들이 순찰을 도는 모습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이상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하고 있었던) 예결위장에 가봤다. 텅 비어 있었다. 뭔가 있다 싶어서 본회의장으로 가는 중에 실무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본회의장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과 국회의장이 비준안 심사를 오후 4시까지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됐다. 

-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 있는 걸 보게 됐겠다. 
= 본회의장에서 남경필 외통위원장을 만났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오늘 처리한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선동 의원(한나라당 소속의 김선동 의원은 김 의원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에게 똑같이 물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 그 때 최루탄을 터뜨리겠다고 생각했나? 
= 어떤 식으로든, 단 1초라도 저지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 한나라당의 날치기는 법을 어기지 않은 건지 묻고 싶다. 근본적으로 한미FTA는 우리 헌법을 어기는 조약이다.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한미FTA에 포함된) ISD는 사법주권을 유린했다. 헌법 119조에는 경제의 균등한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에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나온다. 그러나 한미FTA는 이 모든 것을 백지로 만든다. 무엇이 정말로 위법인가. 민주노동당과 야권은 헌법재판소에 한미FTA의 위헌성을 물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떠나 그래도 내가 책임질 것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 대한민국의 서민들 삶이 무너지는데 내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그게 대수인가. 

김선동 의원을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가 국회의원에 막 당선이 되었던 지난 5월, 기자는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작은 투쟁이라도 끝까지 함께 하고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진보진영)는 ‘보수야당’이라고 불렀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죽을 고비도 넘겼고 수시로 감옥도 갔다. 목숨은 못 걸더라도 ‘배지’ 버릴 각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각오였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