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4년 이전 글/보도자료-성명서-언론

미국 오바마대통령, 상․하원의장 서한전문(한글판)

미국 오바마대통령, 상․하원의장 서한전문(한글판)


오바마 대통령(상원 의장, 하원 의장)께,


한미 FTA의 발효 절차가 더 진행되기 전에 재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이 서신을 보냅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통과된 직후부터 수많은 한국 국민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비준동의안 철회를 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회는 한미 FTA비준동의안을 지지했던 여당 의원들조차 찬성한 가운데 한미 FTA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결의안은 한미 양국 정부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를 다시 논의하여 ISD를 삭제하거나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위한 재협상 요구에 미국 정부가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대다수 한국 국민들의 요구 때문이었지만, 이 결의안은 국민들의 우려를 모두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우려는 ISD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 다수는 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할 뿐, 경제 정의, 빈곤 타파, 금융 규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려는 민주적 정책들을 위협하는 한미 FTA의 수많은 조항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미 FTA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장 개입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더욱이, 한미 FTA는 미국 내에서는 조약으로서의 직접적인 효력이 없고, 미국 국내법과 한미 FTA가 충돌할 경우 미국법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불공정합니다.

이에 우리 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은 이 서신을 통해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최소한의 요구사항인 다음 10가지 재협상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에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재협상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입법기관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한미 FTA 시행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1) ISD :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에 차별없이 적용되는 공공정책조차도 사기업이 국제중재기구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은 공공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양국 정부의 정책 공간을 축소하고, 공공 서비스를 보호하고 국민 건강, 식품 안전, 그리고 환경 보호를 증진하려는 국가의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위험한 제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양국은 법치주의가 이미 정착되어 있고,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정문 제11장 제2절은 삭제해야 합니다.

2)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특히 유통 분야에 종사하는 종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 그리고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 기관의 조치는, 이러한 조치가 한국의 법령에 부합하는 한, 한미 FTA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3) 네거티브 리스트 : 서비스 자유화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은 WTO 서비스 협정과 마찬가지로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4) 역진방지 : 역진방지 조항은 우리 미래 세대의 정책 자율성을 훼손합니다. 따라서 협정문 제11, 12, 13장에 포함되어 있는 역진방지조항은 삭제해야 합니다.

5)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 : 오렌지,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양허표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에 대한 현행 관세는 10년간 유지하고 그 후 5년간 5단계를 거쳐 관세를 없애는 방식으로 양허를 변경해야 합니다.

6) 개성공단 : 역외가공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수출된 재료를 개성공단에서의 생산 공정 또는 가공 공정을 거쳐 만든 상품은, 이 상품이 한국으로 재수입되고 그 재료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는, 한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으로 취급하여야 합니다.

7) 급식 프로그램 :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급식 프로그램은 한미 FTA의 적용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한 학교 급식이 제외된다는 점을 협정문에 명시해야 합니다.

8) 허가-특허 연계 : 한미 FTA는 의약품의 시판허가와 특허 간에 아무런 연계가 없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협정문 제18.9조 제5항을 삭제하거나 임의조항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9) 금융 세이프가드 : 부속서 11-사의 단기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과 협정문 제13.10조의 거시건전성 조치에 대한 제한은 완화되어야 합니다. 가령 1년 이내의 발동 기간, 미국 투자자산의 몰수 금지, 그리고 미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해 불필요한 손해를 피해야 한다는 제한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10) 자동차 세이프가드 : 2010년 재협상에서 추가된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제도의 남용과 악용을 막기 위해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우리는 양국 간의 무역 협정이 한미 FTA 협정문 서문에 명시된 것처럼 진정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안정을 촉진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보편적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은 최소한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 때문에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작업을 중단하고 양국의 장기적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만약 우리의 이러한 진지한 요구를 미국 정부가 간과한다면, 그리고 예상되는 바와 같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실현되면, 우리는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12월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그리고 그때까지도 우리가 위에서 제시한 재협상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한미 FTA는 협정문 제24.5조 제2항에 따라 종료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발효 절차를 재고할 것을 다시 한번 더 촉구합니다. 그리고 양국의 현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한 호혜적인 관계를 다지는 길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 줄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2년 2월 8일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김진표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강기갑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이용득,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및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전체(영문에는 전체 의원 기명)


※ 실제전달 서한은 오바마 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각각 서신 작성

 

[사진 노컷뉴스]